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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유통街, '비상 경영' 선언한 오너들


롯데·신세계·CJ, 수익성 악화로 '생존' 위협 받자 대대적 사업 정비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과 온라인 강세에 따른 유통 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기반으로 하던 국내 유통업체들이 휘청대고 있다.

내수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는 데다, 이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일부 유통 대기업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CJ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로 실적 감소세가 예상보다 심각하자 몸집을 불리기 보단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야 '생존' 할 수 있을 것이란 위기감이 들어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유통업계 맏형인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수감생활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이 '투자'를 강조한 지 1년 만에 방향키를 전환했다. 앞서 신 회장은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 나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최근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되자 모든 계획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경영간담회를 통해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황 부회장은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임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향후 발생 가능한 외환 및 유동성 위기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신 회장도 함께 참석했던 만큼, 재계에선 황 부회장의 발언이 곧 신 회장의 뜻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가 이처럼 나선 것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특히 그룹 매출의 양축을 담당하는 유통(29.1%)과 화학(24.9%)의 실적 악화가 가장 뼈아프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중국 사드 보복 여파가 여전한 데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3분기 동안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나 감소했다. 매출은 5.8%가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약 40% 급감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지난해 2조 원에서 올해 1조2천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대규모 차입을 진행하고, 영역 확장을 위해 투자도 적극 나선 상황에서 유통과 화학부문 영업실적이 저하돼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며 "일단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상장, 일부 부진점포 매각 등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냉랭한 한일 관계 문제도 롯데에겐 여전히 걸림돌"이라며 "내부 분위기 결속 및 사업 계획 방향 전환을 위해 다음달 큰 폭의 임원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신세계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의 실적 부진 문턱을 넘기 위해 예년보다 시기를 한 달여 앞당겨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사실상 비상 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이번 인사로 이갑수 이마트 전 사장을 포함해 회사 임원 40명 중 11명이 교체됐다. 이마트의 첫 외부 수장으로 강희석 대표가 선임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마트의 조직도 전문성 및 핵심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그룹 전략실에도 변화가 있었다. 전략실 경영관리 총괄과 지원 총괄 담당자는 각각 허병훈 부사장과 이주희 부사장으로 새롭게 교체됐다. 허 부사장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를 거쳤고, 이 부사장은 내부에서 '재무·기획통'으로 유명하다. 이에 일각에선 이 같은 조직 변화에 '내부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이 같은 결단은 이마트 부진의 영향이 컸다. 이마트는 할인점, 전문점 사업의 실적 악화로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다행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40.3%나 감소해 위기감은 여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마트가 3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흐름 개선 여지를 보여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놔 기대감은 커진 상태다.

CJ그룹도 올해 여러 악재에 휘말리면서 그룹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장남의 일탈과 CJ ENM의 투표조작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데다, 미국 냉동식품 업체 쉬완스 인수 등으로 무리한 확장 전략을 펼친 탓에 수익성마저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3분기 영업이익이 26.5%나 줄어들자, 선도적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또 CJ생물자원(Feed&Care)과 CJ ENM 실적도 부진한 상태인 데다, 외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CJ푸드빌은 매장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로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가장 먼저 조직이 비대해진 지주사 인력을 대거 구조조정키로 결정했다. 연내 440여 명에 달하는 지주사 인원 절반 가량을 계열사로 재배치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매년 10월 말쯤 이뤄졌던 임원인사도 이르면 이달 말쯤으로 미뤄졌다. 임원 인사 규모도 최소화 될 전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 [사진=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 [사진=CJ그룹]

CJ그룹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동성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부채비율이 185.45%까지 치솟은 CJ제일제당은 유휴부지인 서울 가양동 땅 10만5천762㎡를 연내 매각해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천700억 원을 현금으로 상환해 이자비용 부담도 던다는 계획이다. 앞서 마니커 지분 12.28%도 전량 처분해 총 198억861만 원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 흐름(캐시 플로우) 중심 경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며 "채권 회수를 강화하고, 매입 채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보유 자산 유동화와 차입금 감축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비상 경영'에 나선 것은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내년 경기악화 전망 영향 때문"이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각 기업들이 체질 강화를 위해 앞으로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세대교체에도 더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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