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소프라노 임청화와 테너 이현이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를 부르자, 메마른 가지에서 슬며시 꽃망울이 움텄다. 두 사람이 만든 훈훈한 봄바람 때문일까. 노래를 타고 나풀나풀 목련화가 날아왔다.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목련화는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어느새 활짝 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롱패딩엔 아직 한겨울이 달라붙어 있지만 노래하는 사람, 만든 사람, 듣는 사람 가슴엔 벌써 봄! 봄! 봄! 봄이다.
'목련화(조영식 시·김동진 곡)’ 노래 한곡으로 계절이 역주행하는 마법이 펼쳐졌다. 철없는 봄꽃들이 앞다퉈 나오겠다고 아우성이다. 베테랑의 관록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임청화·이현의 목소리는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콘서트장을 봄으로 가득 채웠다.
1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제10회 아리수가곡제’는 정상의 성악가·연주자 16명이 출연해 모두 28곡을 노래했다. 우리 귀에 익숙한 가곡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곡 등을 골고루 넣어 한국가곡 탄생 100년을 뒤돌아보는 뜻깊은 콘서트였다.
성악가들의 노래를 빛나게 해주는 두 피아니스트의 활약도 베리굿이었다. 오페라 음악코치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은혜와 이영민이 번갈아 반주를 맡았다. 특히 장은혜는 ‘리라꽃 네 향내’에서, 이영민은 ‘귀천’에서 엑설런트한 건반 터치를 보여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번 음악회에서 이안삼 작곡가의 곡이 3곡(금빛날개·사랑이여 어디든 가서·그대 앞에 봄이 있다) 연주됐다. 2년째 병상에서 고생하고 있는 작곡가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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