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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미래유산] 열차집 이야기(영상) #2


"열차집은 과거의 기억을 미래로 전달하는 곳"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아이뉴스24가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아무 꾸밈도 없이 녹두와 기름으로만 튀긴 '열차집'의 빈대떡은 화려한 음식이 익숙한 기자의 눈에 첫 눈에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때문에 처음 한 젓가락을 뗄 때 마음에 자리잡은 것은 '의심'이었다.

'의심'은 처음 한 입을 먹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적당히 배어 있는 기름은 순식간에 먹는 '행복'을 느끼게 했다. 또 입안에 남은 다소 느끼한 맛은 막걸리 한 모금과 어리굴젓 한 젓가락으로 말끔하게 가셔 순식간에 완벽한 한 끼 식사를 가능케 했다.

이 같이 행복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열차집은 서울 종각역 제일은행 빌딩 뒷편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과거 광화문 교보문고 옆 '피맛골'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서울식 빈대떡' 가게로, 경기도 용인에서 행상을 다니던 초대 사장 안덕인 씨 내외가 창립한 이래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열차집의 빈대떡은 단순하지만 깊은 '전통의 맛'을 냈다. [사진=아이뉴스24DB]
열차집의 빈대떡은 단순하지만 깊은 '전통의 맛'을 냈다. [사진=아이뉴스24DB]

70년의 역사라면 화려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판을 으레 떠올리겠지만, 열차집의 인테리어는 그 동안의 역사를 담은 사진과 낙서로 가득한 벽면을 빼면 단촐하기 그지 없다. 가게 집기도 오래 전 피맛골에서 영업할 때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와 오래된 가게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메뉴 또한 간단하다. 최근 사람들의 취향을 맞춰 고기빈대떡과 김치빈대떡 등 신메뉴를 개발했지만, 이전까지 수십 년 동안은 돼지기름으로 튀긴 '원조빈대떡'과 어리굴젓, 막걸리 등 기초적인 메뉴로만 영업해 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트렌드가 바뀌는 외식업계에서 한 가지 메뉴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제은 열차집 사장은 손님들과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사장은 "지금도 열차집에는 30~40년 전 찾아오던 손님들이 종종 찾아오고 있다"며 "이 분들에게 열차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자신들의 젊은 날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손님들이 후배·가족들을 데리고 오시는 만큼 열차집의 기억은 이분들에게까지 전달되는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 사장은 저렴한 가격대를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는 것도 오랜 시간 영업을 이어가는 비법으로 꼽았다. 열차집의 대표 메뉴인 원조빈대떡은 4천 원의 저렴한 가격을 오랜 시간 유지해 오고 있다. 또 통영에서 올라와 1년 동안 숙성된 자연산 어리굴젓도 함께 제공돼 메뉴의 '가성비'를 올린다.

과거 열차집은 빈대떡 한 판과 막걸리 한 주전자, 젓갈로 끼니를 채우는 손님들에게 어리굴젓을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또 오랜 시간이 흘러 만만치 않게 오른 임대료 등 악재에도 넉넉한 양을 제공하고, 추가 주문을 하는 경우에 실비만 받는 '착한 영업'을 하고 있다.

열차집의 인테리어는 허름하지만 단정하고 깔끔했다. 메뉴 또한 단촐하다. [사진=아이뉴스24DB]
열차집의 인테리어는 허름하지만 단정하고 깔끔했다. 메뉴 또한 단촐하다. [사진=아이뉴스24DB]

이 같이 확고한 '경영철학' 속 운영되는 열차집이지만, 70년 역사 동안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열차집은 지난 2009년 서울시가 피맛골 인근을 재개발할 때 자리를 잃었고, 지금의 위치에 다시 개점할때가지 약 2년 동안의 공백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열차집의 명성을 눈여겨 본 주변 빌딩에서 입점을 권유했지만, 우 사장은 건물 안에 갇힌 열차집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고사했다.

우 사장은 "가게를 옮겨야 할 때 시민들이 바란 것이 아니라 일방적 행정 결정에 따른거라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었다"라며 "찾아오던 손님들 중 기자도 많아 피맛골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하곤 했었고, 지금도 피맛골이 남아있었다면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가게 장소는 골목도 좁고, 지하철도 다니고 있어 땅도 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랜 시간 가게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부터 우 사장과 함께 가게를 경영하고 있는 그녀의 아들 윤상건씨는 열차집이 7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찾아와 주는 단골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 오래된 단골 손님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그들의 가족,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아 함께 역사를 공유할 수 있는 가게로 열차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열차집 우제은 사장(오른쪽)은 피맛골에서 나와야 했던 때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사진=아이뉴스24DB]
열차집 우제은 사장(오른쪽)은 피맛골에서 나와야 했던 때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사진=아이뉴스24DB]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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