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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추가 미팅…나도 이젠 선수급?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17)

[이혜경기자] D사와 계약했던 총 4번의 소개팅은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 두 달쯤 지났을까. 어느 날, 뜻밖에 D사의 내 담당 커플매니저가 전화를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회원님! 추가로 소개를 한 번 더 해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어라, 이건 또 뭐지? 알고 보니, 결혼정보회사 회원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에서 알게 된 D사 직원이 내가 성과 없이 미팅이 끝났다는 얘길 듣고 내 담당 매니저에게 추가 서비스를 부탁했다는 거였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공짜로 소개를 더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다시 D넷 탐색을 재개했다. 며칠 후 매니저가 내게 한 남자 회원의 프로필을 보냈다. 어, 아직 내가 찾아낸 회원번호들을 안 보냈는데? 익히 잘 아시는 매니저가 왜 이 프로필을 보내셨을까? 프로필을 읽어보니 역시나 내 타입이 아니었다. 나는 매니저에게 별로 내키지 않아 안 만나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매니저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횟수로 치지 않을 테니 만나 보라"고.

"생각해 보겠다"며 나는 전화를 끊었다.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만나서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을까. 프로필로 봐서는 내 타입이 아닌 듯 했지만 어차피 '공짜' 미팅이니까. 결국 나는 '공짜'라는 말에 그 미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횟수 차감 없는 미팅'을 아시나요

'횟수로 치지 않는' 미팅. 이건 또 뭔가.

결혼정보회사 미팅을 하다 보면 가끔씩 매니저가 미팅을 권하면서 "횟수로 차감하지 않을 테니 만나 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결혼정보회사 회원들은 소개 횟수가 끝날 때까지 원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해도, 그동안 미팅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비교적 괜찮았다면 의외로 불만을 갖지 않는다. 인연이 안 되어서 짝을 못 만났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미팅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불만이 폭주한다. '도대체 나를 뭘로 보고' 심리 때문이다.

결정사에서는 누구나 돈을 내고 소개 받기 때문에 모두가 '본전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수준이든 간에 돈을 냈기 때문에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앞서 설명했지만 결혼정보회사 매칭은 컴퓨터에 몇 가지 기준을 넣고 시스템을 돌려서 이뤄진다. 즉 '추첨'이다. 모든 추첨에서 매번 로또를 맞을 수는 없는 일. 미팅을 하다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상대가 후보로 제시될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에 안 드는 후보' 역시 결혼정보회사 입장에서는 똑같은 고객이다. 회사에서는 그 고객에게도 정해진 만큼의 미팅을 시켜줘야 한다.

이 '인기 없는' 회원들에게 어느 정도 미팅 횟수를 보장해주고, 불만도 잠재우려면 비교적 인기 있는 회원을 소개 시켜줘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상황에서 마법의 방책이 바로 '인기 있는 회원'에게 '횟수 차감 안 한다'는 당근을 제시해 '인기 없는 회원'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미팅을 수락한 '인기 있는 회원'은 자신도 모르게 '알바'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사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결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이뤄지는 미팅은 잘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공짜로 미팅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만큼 미팅에 임하는 마음이 부실해서다. 어차피 공짜니까 '아니면 말고'다.

하지만 정해진 횟수가 차감되는 회원은 절실한 마음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팅'이라는 동일한 상황이지만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이렇게 다를 수 있다.

매니저가 내게 '횟수로 치지 않는' 미팅이라며 권했던 남자5호와의 미팅. 이 미팅이 바로 내게 이런 상황이었다. 감이 왔다. 아하,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알바' 노릇이로구나! 그때 나는 결혼정보회사 세계에 입문한 지도 10개월차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바닥의 베테랑이 된 것이었을까.

어쨌든 남자5호와의 미팅을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도 그분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 나에게는 공짜 미팅이었지만 남자5호에게는 금쪽같은 횟수가 차감되었을 테니 말이다. 더구나 그 미팅에 나가기 얼마 전, 나는 남자6호와 미팅 일정이 잡힌 상태였다. 내가 D넷에서 찾아낸 후보들 중 나를 만나겠다고 한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남자5호와 미팅에서 내가 최선을 다할 리가 없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 말았어야 할 '공짜 미팅'으로 남자5호에게 못된 짓을 해서였을까. 기대하고 나갔던 남자6호와의 미팅은 결국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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