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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LG화학-SK이노베이션戰 지식재산권 재정립 계기로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시대적 변천사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의 잣대는 기술이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을 뜻하는 1차 산업혁명부터 전기에너지를 활용한 대량 생산을 의미하는 2차 산업혁명,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화라는 3차 산업혁명 그리고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해 잉태한 4차 산업혁명까지.

4차 산업혁명의 태동은 또 다른 패권싸움의 포문을 열었다. 기업 간 지각변동뿐 아니라 국가 간 패권싸움의 강력한 무기로도 활용되고 있어서다. 요즘은 범(凡) 기술의 요소를 아우르는 지식재산권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만큼 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동한다.

이젠 기술경쟁력 확보는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정립한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경제 내에서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연구·개발(R&D) 결과물, 즉 기술진보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한 성장이론이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기술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중국 정부의 ‘제조 2025’, 일본 정부의 ‘모노즈쿠리’ 등의 국가산업의 전략 토대다.

기술을 놓고 패권싸움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중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그 패권전쟁 이면에도 지식재산권이 자리하고 있다.

이달 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그들은 이 나라에서 지식재산권 절도를 포함해 매년 5천억 달러(약 601조원)를 빼앗아갔다”며 “이것은 무역 전쟁, 무역 전투”라고 강조한 대목이 방증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불거진 일본의 경제도발 자신감에도 기술력이 무기로 작동했다. 일본 정부의 첫 수출 규제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화학소재에 일본기업의 평균 R&D 투자규모는 한국기업보다 41배 많았다. 불화수소와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를 차지한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전세계 특허 건수 317만건 가운데 중국은 약 40%인 138만1천594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에 오른 미국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0만7천건에 그쳤다. 일본과 한국은 각각 31만8천건, 20만건으로, 3와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특허 건수는 나쁘지 않은 국제 성적이다. WIPO는 지난 1967년 설립된 유엔(UN)의 특별기구 중 하나다. 지식재산권 제도를 전 세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한국은 1979년에 가입했으니 올해가 벌써 40년째다. 나이로 따지면 불혹(不惑)의 어른이다.

한국의 의식수준이나 지식재산권 제도까지 불혹 수준일까. 여전히 걸음마 수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탄탄하던 기업이 기술유출로 인해 하루아침에 휘청거리는 사례는 다반사다. 인력 스카우트를 통한 기술 유출은 사각지대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정한 헌법 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의 어두운 그림자인 셈이다. 그간 일부 대기업이 핵심 기술력을 쉽게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곧잘 악용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전의 첫 발화점도 인력 스카우트다.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소속 80여 명의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불거졌다. 현시점에서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논점을 흐리는 굴절요소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다. ‘언발에 오줌 누듯’ 미봉책마냥 국가경쟁력 훼손을 운운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정부나 정치권이 중재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두 기업이 사실관계 여부를 따져본 뒤 잘잘못을 가리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해 합의에 이르면 모를까.

그렇다고 두 기업 간 싸움을 부채질 하자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의식이나 제도의 헛점을 보완할 지식재산권의 재정립 기회로 삼자는 얘기다. 잠잠해질 만하면 반복적으로 터지는 지식재산권 다툼의 근절을 위해서도 말이다. 바야흐로 기술패권의 시대다. 기술에서 앞선 국가가 미래를 지배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의 결과물이 한국의 지식재산권 재정립의 밑거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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