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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경제에 드리운 이상 징후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한국경제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하다. 새해 벽두부터 전혀 예기치 않았던 대내외 변수의 징후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마치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한국경제를 옥죄는 느낌이다. 최근 불거진 변수만 봐도 한국경제에 미치는 직간접 파장이 적지 않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중동에 드리운 전운(戰雲)도 그렇다. 당시 이란 군 최고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 드론의 폭격을 받고 사망하면서 이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됐다.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 이면을 짚어보면 한국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수입 비중은 현재 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다면 중동 전체의 원유 생산뿐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에도 직격탄이다. 당장 원유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경제에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16년 85.9%를 기록한 이후 2017년 81.7%, 2018년 73.5%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70%대 초반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8년 펴낸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수입물가는 2개월 후 최대 6.5%, 생산자물가는 5개월 후 0.62%까지, 소비자물가는 5개월 후 최대 0.15%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실물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판데믹(pandemic·전세계 대유행) 조짐도 한국경제에 벌써부터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 짧은 시기에 소비형태를 바꿔 놓고 있어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마트를 꺼리면서 온라인 구매가 껑충 뛰었다. 가뜩이나 온라인에 밀려 고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장기화 땐 외식부터 문화생활까지 파생시켜 한국경제 성장률에 타격이 예상된다.

실물부문에서는 국내 관광과 수출이 감소하고 민간소비가 위축돼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수출 및 관광 위축 등으로 발현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신동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올해 연간 한국경제 성장률이 0.1~0.2%p가량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가용자원을 총 동원해 성장률 방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추경편성은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연속이고 2015년부터 5년 연속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한국경제 성장률은 2%대 저성장의 덫에 다시 걸린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1.2%(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연간 성장률은 2.0%였다.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3.2%) 3%대 성장 궤도에 올려놨으나 2018년(2.7%)에 다시 2%대로 내려앉은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2%대 턱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9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全)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소 기록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0.6%포인트 하락한 72.9%로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67.6%) 이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배경이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꺾인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연이어 강타할 땐 상황은 다르다.

한국경제의 기초 경제체력이 무조건 괜찮다는 식은 안일한 경제인식을 키울 우려가 있다. IMF와 같은 금융위기설의 유언비어를 퍼뜨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리 만무하다.

경제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표’와 ‘실물’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거시지표는 괜찮게 나타나더라도 실물이 시원찮다면 겉만 번지레한 속빈경제이고, 기업과 가계의 심리지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거시지표가 나쁘게 나타나면 역(逆)착시 현상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지표와 실물 모두 심상치 않다. 좀더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하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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