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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지엠·르노삼성, 같은 듯 다른 노조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매년 자동차업계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가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이다.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과 복지 향상을 요구하고, 사측은 경영의 어려움을 들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노사 간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임단협'으로 자동차업계가 시끄럽다. 지난해 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올해까지 이슈가 이어진 탓이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고, 남아 있는 곳은 한국지엠, 르노삼성 두 곳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2019년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는 등 노사 갈등이 첨예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두 기업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지엠은 갈등 해결 국면에 접어든 반면에 르노삼성은 엇박자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올해 교섭을 이어가게 됐다. [사진=서민지 기자·르노삼성]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올해 교섭을 이어가게 됐다. [사진=서민지 기자·르노삼성]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해 10월 당시 집행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추가 교섭과 파업 등 투쟁 행위를 모두 중단했다. 지난해 8~9월 전면·부분 파업을 진행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잠시 '휴전'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강성 성향의 김성갑 노조지부장이 당선되면서 노사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김 지부장이 현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강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김 지부장은 최근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 이례적으로 참석하며 성공적인 신차 출시를 위해 힘을 보탰다. 특히 이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손을 맞잡으며 협력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김 지부장은 1986년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에 입사,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선 쟁의 과정에서 두 차례 부당해고를 당한 뒤 복직되는 등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 위기감이 드리우자 노사 간 '화합'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김 지부장은 "지난 2년간 어려움이 있었는데,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과정에서 노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해왔다"며 "경영정상화는 노사 공동의 목표인 만큼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은 협력하면서 공장 가동 재개 및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 등을 얻어낼 것"이라고 말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임단협에 대해서도 "3월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르노삼성의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부분 '직장 폐쇄'에 돌입했다. 노조가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자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다. 자동차 공장은 일부 라인이 멈출 경우 생산라인 전체가 영향을 받는데, 파업 중인 노조원의 공장 출입을 막고 출근자들을 중심으로 일부나마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2월 20일 시작한 파업을 이달에도 이어갔다. 특히 지난 8일 파업을 중단하고 임단협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기습 파업을 벌이면서 사측과 사이가 더욱 벌어졌다.

실제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회사는 6천여 대의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어 약 1천2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파업 중에도 70% 이상의 조합원들이 출근했지만, 생산량은 평소의 2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진행한 파업에서 르노삼성 노조 조합원의 참가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파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30~40%였던 참가율이 더욱 떨어진 셈이다. 조합원들마저 공감하지 못하는 파업,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공명지조(共命之鳥). 지난해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를 이르는 말로, 어느 한쪽이 죽으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이다. 정치권의 분열에 대한 안타까움을 반영해 이 사자성어를 꼽은 건데, 비단 정치권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 듯싶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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