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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소프트맥스 CEO] (3) 게임 수출...그 준비를 끝내는데 걸린 5년


 

국내에서 PC게임소프트웨어를 출시하여 매번 10만장이 넘는 판매를 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경우 누적 판매량이 70만부를 상회한다. 국산 게임으로서 매번 출시 때마다 여러 가지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 시리즈 평균 수익률은 97% 이다. 이것은 영화의 평균 수익률 25%를 훨씬 앞서는 숫자이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성장을 목표로 할 때 내수 시장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누구나가 주장하듯이 결국 우리 게임소프트웨어를 수출, 평균 수익률을 지금보다는 훨씬 높여야 한다. 소프트맥스도 국내 시장의 그같은 한계를 느끼고 1996년 '창세기전1'의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다각적인 방법으로 수출을 시도했다.

그 만큼 우리나라 유저들이 게임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일본의 게임들에 익숙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게임 소프트웨어를 일본이나 미국에 수출하려면 몇가지 수정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이 현지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1996년 우리가 개발한 '에임포인트'라는 게임이 있었다. 당시 국산 게임으로서는 감히 시도해 볼 수 없는 RTS와 RPG를 혼합한 장르였다. 기획 단계부터 미국시장을 목표로 개발, 다양한 시도를 했던 작품이다. 국내 출시 후 미국 수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는데, 역시 몇 가지 수정사항이 요구됐다.

사실 그때 나름대로는 미국 시장에 자신있는 타이틀이라고 개발을 시작했지만, 미국에서 요구한 수정사항에 모든 개발인력을 투입할 경우 정확한 개발 기간과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개발한 후 과연 이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지난번 inews24에 게임 관련 누군가가 기고한 것처럼, 게임 개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 즉 지금 당장이 아닌 개발기간이 지난 후의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과, 게임 개발 작업의 프로세스를 정확히 파악, 인력의 배치나 작업을 지휘하여 게임을 완성 시킬 수 있는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그러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몇 안된다. 게임의 전 과정을 완성시킨 경험있는 회사 기준으로 하더라도 현재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어쨌든, 당시(1996년)만 해도 창업 후 3년 동안 경험이 있는 PM이 있었으나 미국 시장 진출에는 자신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

이후 우리는 현실적으로 미국 시장 보다는 일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지리적인 문제나 문화적인 부분들을 해결하기가 쉽다고 판단, 일본 진출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일본 시장도 결코 만만한 시장만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창업 당시 일본 게임을 수입하면서 알게 된 일본 게임 업계의 인맥들이 우리의 수출에 많은 도움을 줬다.

1996년 일본 퍼블리셔와 '창세기전1' 수출계약을 했는데, 일본에서도 당연히 현지화 작업을 요구했다. 우리는 자체 개발 인력의 여유가 없어 현지화 작업을 일본의 게임 회사에 외주를 줬다.

수출 조건은 고집스러울 만큼 가격이나 조건을 우리가 고수 했기 때문에 당시 여타 국산 게임의 수출가보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국산 게임으로서는 처음 일본에 수출한 게임이었다.

수출가격을 고집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창업 당시 일본 게임을 수입, 판매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의 수입가 기준으로 우리 게임의 수출가를 고집하였고,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일본에서도 인정, 조건 협의는 잘 됐다. 그러나 문제는 현지화 작업이었다.

국내의 바쁜 일정도 일정이지만, 현지화 작업을 하는 개발자들에게 우리의 제작의도가 정확히 전달되기가 힘들었다. 사실 현지화 작업을 하려면 우리쪽에서 총 디렉팅을 해야 하는데 당시의 상황으로는 그렇지가 못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의 첫 번째 일본 수출은 몇가지 아쉬움을 남긴 채 일본에서 초기에 보증한 수량 이상의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아쉬움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었다. 일본 시장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가정용 게임시장의 90%가 비디오 게임기 즉, TV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게임이고 약 10%가 PC용 게임 시장이다.

'창세기전1'의 경우 PC게임으로 수출한 형태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일본시장 수출을 시장이 큰 비디오 게임기용으로 목표를 잡았다. 열심히 파트너를 모색하던 중 일본의 비디오 게임기 소프트웨어 퍼블리셔에서 '창세기전2'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판매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것도 사전 개발비와 장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호조건 이었다.

우리는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의 개발 경험을 위해 우리가 직접 개발하는 쪽을 택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게임은 완성했다. 그러나 일본에 찾아온 경기 악화 때문에 우리와 계약했던 회사가 경영난에 부닥쳐 결국 '창세기전2' 플레이스테이션용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작업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개발 프로세스중 하드웨어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정이 하나 더 추가 되는 것에 대한 경험이다. PC게임의 경우 우리가 개발해서 테스트하고 제작, 시장에 판매를 하게 된다. 반면, 비디오게임의 경우 소니의 기술 지원 및 소니의 검사에 통과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게임의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탓도 있겠지만, 개발과 판매 과정들의 틀이 너무나 잘 정립돼 있다.

'창세기전2'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개발작업은 우리에게 아주 많은 경험을 가져다 줬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풍의 광시곡'을 일본에 수출할 때 우리가 선택한 기준은 일본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회사와 파트너쉽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우리의 선택 기준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의 파트너인 일본 팔콤은 일본내 PC게임 회사의 대표적인 회사이다. 팔콤의 현지화 작업을 거쳐 서풍의 광시곡은 일본에서 약 3만부가 판매됐다.

보통의 PC게임 타이틀이 5천부 정도 판매되는 것에 비교해 볼 때 대단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아키아바라 게임매장에 진열돼 있는 우리 게임과 포스터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유저들도 있었다. '서풍의 광시곡'은 세가의 드림캐스트용으로도 컨버젼되어 일본 시장에 판매됐다. '서풍의 광시곡' 이후의 게임도 PC게임은 계속해서 팔콤과 진행을 하고 있다.

소프트맥스는 해외 수출에 있어서도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보수적인 회사인 것 같다. 나는 가끔 너무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자문할때도 있다. 대만시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소프트맥스의 게임을 전부 묶어서 싼값에 요구하는 회사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임들은 과감히 포기, 대만 시장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있는 '서풍의 광시곡'부터 수출했다. 물론, 수출 가격 또한 국내 게임으로서는 최고가였다.

대만 시장은 '서풍의 광시곡'을 시작으로 '템페스트', '창세기전3 파트1', '창세기전3 파트2'를 계속해서 수출, 대만 내 인기게임순위 2위에까지 올라갔다. 대만에 소프트맥스 유저층이 점점 늘어 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에는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공신력이 있는 회사와의 거래가 가장 중요한 수출 기준이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국보다 심각한 불법복제 등의 문제로 당분간은 유저를 넓히는 것에만 목표를 정했고, 또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수출대금을 받지 못해 고민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에 처음 수출한 '서풍의 광시곡'과 '템페스트'의 경우 일본의 코나미 중국 지사를 통해서 수출했다. '창세기전3'는 프랑스의 UBI소프트 챠이나를 통해서 수출했다.

이렇듯 소프트맥스는 지금까지 일본, 대만, 중국으로 수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기간 또한 오래 된 것 같다. 국내에서 게임을 판매하는 것도 힘든 작업이지만, 수출은 그 못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수년간의 경험들이 최근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비디오게임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로 소프트맥스를 꼽곤 한다. 그만큼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고생을 한 만큼 회사에 쌓여진 무형의 재산일 수 도 있다.

얼마 전 일본의 메이저급 퍼블리셔로부터 우리의 '창세기전3'를 X-박스용으로 일본에 출시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우리는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우리는 단순히 일본에 게임을 출시해보자는 단계는 아니라고 서로 의견 통일을 하였다.

우리는 어느 정도 1, 2년 후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게임 작업 과정에서 플랫폼과 상관없이 프로세스 관리를 할 수 있는 개발 경험자도 많다. 어느 정도 자금도 있다. 일본의 하드웨어 메이커들과 커뮤니케이션해 본 경험도 있다. 플랫폼의 특성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할 능력도 있다.

그렇다면, '창세기전 3'가 아니라, 현재 개발중인 3D 게임인 '마그나카르타'가 제격이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우리의 제안을 일본 업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는 지나간 게임을 어떻게든 수출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자신있는 타이틀로 승부수를 던져 보겠다는 배포도 생겼다.

느낌이 좋다. 준비기간은 다소 길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우리의 자신감은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세계 어느나라에 가서도 우리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보고 가슴 뭉클해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맥박이 빨라진다.

/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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