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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옷장 속 옷들이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바늘이 생사를 갈랐다.'

네안데르탈인은 미개하고 야만적이라는 오해에 오래 시달렸다. 최근에야 그들이 강건한 신체에 뛰어난 사냥 기술을 갖췄으며 동굴벽화를 그리는 등 나름의 문화를 누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을까? 이 둘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차이는 바늘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거주지에선 '바늘귀가 있는 바늘'이 발견되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은 사냥한 짐승의 털가죽을 몸에 묶어 여몄겠지만 그것만으론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도구, 그 중에서도 실을 이용해 옷을 만들 수 있는 바늘이란 도구를 만들었기에 빙하기를 거쳐 생존할 수 있었다. 인류의 여명기, 옷은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였다.

옷은 또 문명사를 송두리째 흔든 산업 혁명의 주역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섬유 산업을 근간으로 해서 시작됐다. 아메리카 대륙 흑인 노예무역은 목화 재배에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서였으니 옷이 문명의 수레바퀴를 돌린 한 축임이 분명하다. 20세기의 옷은 산업과 더 긴밀한 짝을 이뤘다. 석유를 근간으로 한 2차 산업혁명은 나일론 등 합성섬유의 발명으로 옷의 역사를 바꿨다.

미래는 어떨까? IT혁명의 다음 기착지로 거론되는 '웨어러블'은 아직까지는 시계와 같이 착용하는 액세서리로 익숙하지만 핵심은 옷이라 예상된다. 이제까지 옷이 더 따뜻하게, 더 튼튼하게,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경주해왔다면 여기에 '더 똑똑하게'라는 주문이 추가되는 것. 섬유 산업은 철지난 사양 산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앞으로의 의류는 온도, 습도, 공기 오염도와 같이 외부 환경을 파악해 반응하는 한편, 혈압 심장 박동, 근육 활동 정도 등 생체 신호를 감지해 외부와 통신하거나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까지 나아가리라 예상한다. 스포츠 의류는 사용자의 땀 성분을 분석해 운동 정도와 신진대사를 모니터링하고, 어린이나 노인용 옷에는 위치 인식, 낙상 등 부상을 감지하는 기능이 추가될 것이다. 이밖에도 극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소방복, 군복 등 스마트 의류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이런 '똑똑한' 옷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전기'가 통해야 한다. 즉 전기적 신호를 받고 작동하는 섬유가 필요하다. 디지털 센서와 트랜지스터를 섬유에 삽입하는 방식, 전도성이 있는 잉크로 프린트하거나 자수를 놓는 방법, 고전도성 수지로 코팅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마트 섬유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기능이 훌륭하다 해도 주렁주렁 전자 장비를 달고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면 매일 입기는 곤란하다. 스마트 의류가 성공하려면 늘 입는 옷 같은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스마트 의류에서 실은 일종의 전선이자 센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선으로 짠 옷이 실크나 캐슈미어처럼 부드러울 수 있을까?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손상되지 않을까?

지난 5월 구글은 청바지로 유명한 의류회사 리바이스와 함께 '자카드 재킷'을 내놓았다. 자카드는 구글이 만든 스마트 의류 제작용 플랫폼이다. 자카드 섬유는 일종의 터치 패드 역할을 하는데, 이를 스마트폰과 연결해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전화를 받거나 음악을 골라 듣고, 경로를 저장하는 등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하다. 구글에 따르면 이 자카드 섬유는 물빨래가 가능하며, 구겨서 던져 놓아도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의류 제조사가 기존에 사용하던 설비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구글은 앞으로 리바이스 외에 다른 의류업체들도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옷장 속의 옷들이 모두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다가올 날들은 그렇다 치고, 올 겨울 추위를 달래줄 똑똑한 옷들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몸에서 나오는 땀과 열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섬유가 땀을 흡수해 열이 발생되는 흡습발열 원리를 이용한 내의가 땀을 이용한 대표 상품이다. 우리 몸은 이미 36.5℃짜리 난로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복사열을 몸으로 다시 반사하는 체열반사 섬유가 있다.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계 물질로 만든 실이나 원단을 이용해 옷을 만든다. 패딩 안감이나 침낭 등에 많이 사용된다. 햇볕을 이용할 수도 있다.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열에너지로 변환해 따뜻하게 만드는 옷이다. 그밖에 섬유에 전자회로가 인쇄돼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재킷 등이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있다.

지금 패션계는 그야말로 첨단 기술의 향연장이다. 칼 라거펠트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앞 다퉈 3D 프린터로 제작한 옷을 선보이고, 명품 패션쇼는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쇼를 선보인다. MIT미디어랩의 컴퓨터공학자 존 마에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총장이 됐다. 이미 IT기술은 디자이너에게 실과 바늘 같은 필수 도구가 됐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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