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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가수 이효리, 실패하지 않았다"(인터뷰②)


"내년엔 아이돌 데뷔 계획, 유니크함 고민 중"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 김건모 '첫인상', 박진영 '너의 뒤에서',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변진섭 '그대 내게 다시', 성시경 '내게 오는 길', 박정현 '편지할게요', 신승훈 'I Believe'….

김형석의 손끝에서 나온,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는 명곡들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1000곡 이상이 넘는다. 90년대 김형석의 이름 앞에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었다. 내년이면 작곡가로 데뷔한지 30년, 음악인으로서의 김형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음악 창작'에만 그치지 않고, 그 영역은 오히려 더 확장됐다. 키위미디어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이 추가된 김형석은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에 이르기까지, 그룹 내 음악 부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프로듀서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시류를 읽는 혜안은 필수적이다.

"예전엔 혼자 틀어박혀 작곡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 시대는 그렇지 않아요. 일종의 사회학으로 바뀌었죠. 교류하고 정보를 취합하고 지금의 시류를 읽고, 자기 작품의 정보에 알파를 얹혀서 소통을 만들거나 독창성을 부여한다거나 모든 것이 섞여들어가죠. 하나의 집단화가 되는 시스템이예요.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음악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고, 상호 융합되요. 콘셉트라든지, 마케팅적인 플랫폼이 들어가죠. 그것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프로듀서고 또 작가라고 생각해요."

김형석은 30여년 동안 국내 가요계의 트렌드, 음악 산업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껴온 음악인기도 하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 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했다. 김형석은 "김광석의 '너에게'로 시작을 했던 그 시기는 내수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화 됐다. 아날로그가 디지털화 되면서 두가지를 다 보게 됐다"라며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이자 불행이다"고 말했다.

"불행하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계속 공부해야 하는 거죠. 그 다음에 나올 유통 플랫폼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또 인식의 변화를 계속 따라가야 해요.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마찬가지예요. 지금도 전 피아노를 치며 음악을 만들지만, 미디 작업을 통해서 접근하는 건 또 전혀 다른 방식이거든요. 축복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법의 차이이지 그걸 만들어내는 건 똑같다는 거예요. 작가로서 그런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죠."

지금껏 음악을 놓은 적 없다는 김형석이지만, 슬럼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형석은 "슬럼프는 곡을 쓸 때마다 매번 겪는다"라며 "지금도 작업을 계속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예전에는 큰 작업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요즘엔 더 차분해진다. 두렵다는 표현보다 생각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음악은 버릇처럼 한다. 음악 때문에 그래도 사람 노릇하고 산다"고 웃는 그의 모습에서, 왜 지금도 최고의 음악인으로 평가 받는지 알 듯 했다.

키위미디어 그룹 내 음악 부문을 총괄하는 만큼, 회사 아티스트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김형석은 "내 음악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가수를 히트하게 만들 수 있는 소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획단계에서부터 콘셉트와 음악적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위미디어그룹은 케이팝 전문 레이블 키위팝, 아티스트 중심의 레이블 케이튠콜렉티브, 힙합 중심의 사이카델릭 레코즈 등 3개의 멀티레이블로 운용되고 있다. 이효리부터 최근 '쇼미더머니5'로 주목받은 킬라그램, 듀오 와블, 닉앤쌔미, 아이원, 래퍼 라코, 문, 로스, 스쿱데빌, 키드캣, 앱신트까지 소속돼 있다. 국내 톱가수부터 래퍼에 아우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범주의 가수들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키위미디어를 대표하는 가수는 톱가수 이효리. 4년 만에 가요계에 돌아오며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객관적인' 앨범 성적과 수치는 조금 아쉽다. '텐미닛'과 '유고걸' '미스코리아' 등 이전 히트곡들이 이효리의 섹시하고 당당한 매력을 100% 부각 시켰다면, 이효리는 과감하게 '화려함'을 걷어내고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에 집중했다. 김형석은 그러나 "이효리의 컴백은 실패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효리 정도면 이제 그녀가 원하는 그림 정도는 그려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결혼 후 제주도로 가서 4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잖아요. 블링블링한 핀업걸에서 자기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테고, 한적한 제주도 생활을 통해서 자기를 성찰했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을 테고.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앨범으로 돈을 많이 벌지 않았지만. 사실 마이너스가 난 것도 없어요."

"결혼을 한 이효리가 핀업걸이 된다고 해서 그게 또 성공하고, 성공한다고 해도 의미가 있었을 까요. 이제는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기반이 잡혔다고 봐요.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콘셉트를 만들었죠. 블링블링을 집어 던지고 자신을 발가벗겨 순수하게 보여준 것이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됐고, '이 다음에 뭘할 것인가' 하는 기대와 궁금증이 생겼죠. 결국 싱어송라이터 가수들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로 귀결이 되요. 이번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테고 좀 더 영리해지겠죠. 그러니 실패가 아니예요."

키위미디어에는 이효리를 제외하면, 비주류에 가까운 아티스트들이 많다. 획일화되지 않은 그들이 포스트 음악을 이끌 재목들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

"미국 시장을 보면, 크리스 브라운 등 본인이 스스로 아트의 영역을 갖고 있는 가수들이죠. 우리 시장은 아이돌과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 양분화 되고 있어요. 동남아 등에서 K팝 열풍은 아이돌이 주류지만, '그 다음 K팝이 뭐가 있지' 보게 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잠재 포텐셜이 크다고 생각해요. 다른 음악 문화와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팀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재능 있는 팀이 많아서 음악을 즐겁게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돌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키위미디어도 내년 걸그룹 데뷔를 계획하고 있다. 똑같은 아이돌이 아닌, 키위미디어만의 유니크함을 찾는 것이 지금 김형석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각 회사마다 각자 프로듀서의 색깔이 있잖아요. 양현석은 힙합을 좋아했고 (이)수만이 형은 비주얼락이나 일본 시스템을 좋아했고, (박)진영이는 자기 앨범 때부터 섹시함을 표현해왔죠. 각자 선호하는 컬러가 있고 팬덤이 모이죠. 그래서 아이덴티 (Identity)가 중요하죠. 키위의 아이덴티티는 고민 중이예요. 대중들에게 '쟤들 뭐지?'라는 퀘스천 마크를 갖게 하고싶어요. 확 끌어당기는 그들만의 독특함이 무엇일지, 또 무엇을 잃지 않으면서 임팩트를 줄지 고민하고 있어요. 색깔이라는 것이 반응이 안 온다고 해서 계속 바꿀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바꾸는 그 순간 브랜드의 힘을 잃게 되죠. 처음에 그 세계관을 잘 만들어놔야죠. 고민이 큽니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소속 가수들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김형석의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즐거워보였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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