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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만남…즉흥적 결정" 김정은-트럼프 회담 막전막후


평창올림픽 통해 반전 계기…'반트럼프' 美 언론선 역풍

[아이뉴스24 김형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초대형 이벤트다. 백악관에서도 극소수 인사만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 사실을 알고 있었고, 트럼프는 이를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채 혼자 회담을 결정했다. 미국 언론들은 "역사적인 회담이 성사됐다"면서도 "이런 엄청난 국가사가 한 개인에 의해 충동적으로 결정되는 건 큰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상황을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해 정리했다.

◆반전의 기회 평창올림픽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남북간에 화해무드가 급속히 퍼졌다. 올림픽에 앞서 열린 판문점 실무자 회담은 평소와 달리 무척 원활히 진행됐고, 북한은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단으로 개막식에 파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했으나 한국 측이 염두에 둔 두 사절간의 만남은 불발됐다. 경제제재에 대한 언급, 탈북자 만남, 뇌사상태로 미국에 인도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초청 등 북한이 민감해 하는 부분을 펜스 측이 모두 건드리면서 청와대가 내심 바란 서울에서의 양측 회동은 없던 일이 됐다.

다만 문 대통령은 김여정을 청와대로 초청해 융숭히 대접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구어졌다. 김여정과 3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직접 대화가 중요하며 올림픽으로 조성된 해빙무드가 사라지기 전에 조속히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여정과의 만남을 개막식에서 의도적으로 회피한 펜스에 대해 "매너가 없다"는 미국내 역풍이 불자 백악관은 트럼프의 딸 이방카를 폐막식 특사단 대표로 파견했다. 이방카는 친근한 미소와 예의바른 태도로 한국 국민들에게 호감을 샀으며 펜스와 달리 한국 선수단 입장 때 기립하는 등 주최국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컬링 경기 관람 당시에는 북한 관계자들이 갑자기 들이닥칠 것이란 정보가 있었지마 이방카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북한 측 인사들의 경기장 방문은 없었다.

◆평양과 서울 워싱턴

올림픽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 중 두 명인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북한에 파견했다. 이들은 김정은의 특별한 환대와 함께 문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확약을 받았다. 정 실장은 회담 장소로 평양, 서울, 판문점 가운데 하나를 골라달라고 했고 김정은은 판문점을 선택했다. 이들의 만찬은 무려 4시간 이상 진행됐으며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외부 세계의 시각을 잘 안다며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정 실장 측은 김정은에 대해 사고가 깊고 상대를 배려한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상과 달리 대화가 통하는 지도자라라고 결론을 내렸다.

귀국 후 정실장과 서 원장은 곧바로 워싱턴으로 향했다. 회담 내용을 브리핑하기 위해 8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에 도착했다. 오후에 백악관으로 이동한 이들은 각각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좌관과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을 만나 면담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등 안보관련 인사들이 모여들었고,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호출이 있었다. 원래 한국 특사단은 다음날인 10일 트럼프와 면담이 잡혀 있었지만 이들이 백악관에 와있다는 얘기를 들은 트럼프가 그 자리에서 보자고 한 것이다. 이미 김정은의 초청 소식을 알고 있었던 트럼프는 특사단의 정식 브리핑을 받자마자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그는 "아예 4월 초에 일찌감치 날짜를 잡자"고 적극적으로 나서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정 실장은 이에 "4월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트럼프는 이를 수락했다. 그 결과 5월로 회담 시기가 결정된 것이다.

◆트럼프 기획 'TV쇼'

전광석화 같은 트럼프의 수락에 놀란 정 실장 일행은 아예 초청 수락 발표를 한국 측이 해달라는 트럼프의 요청에 또 한 번 놀란다. 난처해진 정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의향을 물어봤고, 그래도 좋다는 답변이 나왔다. 곧바로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의 방에서 발표 문구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한 뒤 놀란 취재진에게 "잠시 후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ABC의 백악관 출입기자가 달려가 무슨 내용이냐고 묻자 "(당신들은) 모든 게 내 덕분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고 의기양양해 하며 자리를 떴다.

백악관 일부 인사들은 외국 사절단이 백악관 내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그 결과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의 도로 위에 단상이 차려졌고, 어둠이 깔린 차가운 금요일 밤 정 실장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북미 정상 회담 성사 사실을 전세계에 공표한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역풍도 불었는데, 아프리카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해 의회 지도자,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관료들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채 TV로 정 실장의 목소리만 듣고 뒤늦게 전모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철저히 트럼프의 단독 결정있으며 오케스트라를 다루는 듯한 그의 지휘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TV쇼'가 생방송으로 펼쳐진 것이다.

이 사이 트럼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일본과 중국은 충격이 적지 않았는데, 국제정세를 좌우할 주요 사안에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고, 철저히 소외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철저히 남북한과 미국의 3자 교섭으로만 진행된 까닭이다.

◆만만찮은 미국내 역풍

놀라움 속에 "북미 정상 회담 타결' 소식을 속보로 내보낸 미국 언론은 곧바로 트럼프의 즉흥적이며 충동적인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할 회담에 앞서 미국의 대처 자세가 중요하다"며 "트위터로 엉뚱한 소리나 내뱉는 트럼프의 행동이야 말로 가장 자중해야 할 일"이라고 사설을 통해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사람의 결정으로 역사적인 회담이 이루어졌다. 세계사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 이처럼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큰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와 '견원관계'인 CNN을 비롯, MSNBC 등 케이블 뉴스 채널들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데이비스와의 소송건으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국면전환에 이용한 것"이라며 "포르노 배우 문제, 외국산 철강 관세 부과 등으로 시끄러웠던 한 주를 김정은과의 회동이라는 '핵폭탄'으로 마무리했다. 이게 바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의 모습이다. 전혀 놀랍지도 않다"고 비꼬았다.

김형태기자 ta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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