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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농산물 구매 문제로 다시 대치


미중 무역협상, 트럼프 “농산물 사라”… 시진핑 “관세 철폐 먼저”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원만하게 해결하자고 합의하면서 실마리를 찾은 것처럼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배짱과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 약속 불이행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마친 후 중국이 즉각적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생각이 달랐다. 중국은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될 때까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거의 끝을 볼 것 같았던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코인나운스]
거의 끝을 볼 것 같았던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코인나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중국은 미국산 식품과 농산물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구매할 것인데,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구매하기를 원하는 목록을 제시했으며, 미국 농부들은 엄청난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오사카 정상 회의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농산물 구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농산물 구매 합의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래리 커드로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이 대두, 밀, 에너지 상품 등의 구매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중국이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커드로우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의를 보이기 위해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했다”며 “이제 시진핑 주석이 우리의 양보에 부응해 미국산 농산물의 즉각적인 구매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미국 농산물 구매 문제는 무역협상을 질질 끄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로 인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하고 위축시키는 미국과 중국 간의 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주장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상당에 부과하는 관세를 먼저 철회하면 중국이 지적재산권법을 개정하고, 다른 규제들도 점차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는 관세 부과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누가 먼저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농산물 대량 구매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미중 무역협상 당사자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협상을 위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는 모습. [쿼츠]
미중 무역협상 당사자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협상을 위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는 모습. [쿼츠]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상무부는 양측이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를 실천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양보, 즉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미국 기업들이 국가 안보에 지장이 없는 한 화웨이에 장비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한 바 있다. 그러나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로 미국 기업들은 허가를 신청한 후 특정 부품을 화웨이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퀄컴, 인텔, 브로드컴,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화웨이에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너무 큰 양보를 해서 반대급부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비난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같은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를 해제한 것은 너무 싼 흥정을 벌인 것”이라며 “입법을 통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다시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소 조급한 심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부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힘쓰고 있다. 미국 농산물의 3분의 1은 중국에 판매된다. 그리고 농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스런 지지층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농산물 수입선을 미국에서 브라질 같은 다른 나라로 전환했다. 오사카 정상 회의 전에 중국은 미국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미국산 대두를 대량 구매한 적이 있다. 무려 54만4천t을 중국이 사갔는데,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대량 구매가 없었고, 앞으로도 사태가 원만히 풀리지 않으면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중국 정부는 농산물 추가 구매가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무역협상 타결의 한 부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이 무역 협상에서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추가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사카 정상 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 훌륭한 것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세계 경제에는 잠시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속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나는 서두르지 않겠다(I am in no hurry)”라고 덧붙이면서 다시 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중국은 과거 아편전쟁에서 겪었던 서방 국가들과의 쓰라린 불평등 계약을 되풀이하지 않고 서서히 추락하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인들보다 더 중국적인 인내심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형국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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