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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戰①] 반년의 사생결단…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구광모 회장·최태원 회장, 그룹 차기 먹거리 낙점…시장 선점 절박함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양사는 최고경영자(CEO) 회동 등 각종 물밑접촉에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양사는 미국에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한데 이어 감정 섞인 비방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같이 양사가 사생결단의 의지로 나선 배경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두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고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퀀텀점프'가 예상되면서 시장 내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이현주기자]
[그래픽=이현주기자]

◆부회장 실명 거론한 SK이노 vs 수사 안내문 배포한 LG화학

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4월30일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가면서 관련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8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 미국법인을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각각 제소했다. 심지어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은 LG전자까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 최고경영진들은 지난달 16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향후 회동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후 LG화학은 27일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맞제소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비방전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경찰이 SK이노베이션 서린동 사옥을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례적으로 수사관련 안내문까지 배포하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권영수 LG 부회장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꼬기도 했다.

◆향후 소수 기업만 배터리 시장 독점…선점 못하면 망한다

두 기업이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 과점으로 전환되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또한 이번 소송전에서 밀릴 경우 자칫 주요 고객인 완성차업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존재한다.

배터리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내년 610만 대에서 2025년 2천2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 보고서에는 2040년께 6천만 대까지 증가해 모든 신차 판매의 55%, 전세계 차량의 33%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으로 특허를 모방해 압축성장하는 중국 기업의 전략을 무산시키고 고성장하는 SK이노베이션의 추격을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LG화학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300%에 가까운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단숨에 8위까지 뛰어올랐다. 세계 4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LG화학 역시 100%의 고성장을 거뒀지만, SK이노베이션의 성장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술 리더십 확보 vs 경쟁업체에 대한 방해 행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승소해 기술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미국 ITC에 중국 ATL(암페렉스테크놀로지)을 상대로 SRS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ATL은 올해 초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SRS 매출의 3%를 기술 로열티로 LG화학에 지불하기로 하고 합의했다.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구체적인 기술 로열티 금액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ATL을 상대로 로열티를 받는 것 자체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도 SRS 특허를 침해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SRS 특허가 원천특허에 해당해 회피설계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SRS 기술은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 구조체를 형성해 성능저하 없이도 배터리 안정성을 강화한 기술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소송 제기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나가는 경쟁업체에 대한 전형적인 방해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에도 배터리 분리막 제조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으나 2014년 서울지방법원이 특허 비(非)침해 판결을 내리면서 종결된 바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자칫 천문학적 비용은 물론, 수주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배터리 시장에서는 통상 연간 50GWh이상 생산규모를 갖추면 후발주자가 따라올 수 없는 만큼 이번 소송은 배터리 대기업 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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