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LG-SK 배터리戰 ②] 반년간 계속된 분쟁, 3가지 핵심쟁점 짚어보니


인력유출·기술유출·국가경쟁력 놓고 6개월째 공방 펼쳐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특허 소송전이 시작된 지 6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상황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극적 타협점을 기대했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 등 양사 최고경영진(CEO) 회동 이후에는 공세의 고삐를 더 옥죄는 모양새다.

이번 양사 간 핵심 쟁점인 ▲인력유출 ▲기술유출 ▲국가경쟁력 등 3가지를 짚어봤다.

◆인력유출 관점…"핵심인력만 빼가" vs "자발적 이직"

소송전은 LG화학이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혐의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현지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년간 SK측에 두차례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불법 채용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원자에게 악의적으로 구성한 이력서 양식에 연구 프로젝트명, 참여인원, 프로젝트 리더 등을 작성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지원자들은 LG회사 사내 시스템에서 수백여건의 핵심기술을 열람했다. 또 LG화학은 SK측이 당사 출신 지원자만 별도 장소에서 면접을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공개채용 형식으로 경력직 이직이 이뤄진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0% 공개채용 원칙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부디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보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LG화학 출신 이직자의 95%가 대리, 과장급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을 활용해 핵심기술을 탈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 직장 정보 활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 직장 정보 활용금지’ 서약서를 2차례에 걸쳐 받고 있고, 이를 어길 시 채용을 취소하는 조항이 들어있다고도 설명했다.

◆기술침해 시각차…"특허수 압도적 차이" vs "NCM811 최초 양산"

양사는 기술력을 놓고도 충돌했다. 양사 모두 특허소송을 제기한 만큼 먼저 기술력 우위를 입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LG화학은 3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연간 전지분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3천억원을 투자했으며 특허수는 총 1만6천685건으로 SK이노베이션의 14배 특허를 보유 중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 기술 모두 '원천특허'에 해당해 회피설계가 불가능한 만큼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SRS기술은 LG화학이 2004년 독자 개발한 기술로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 구조체를 형성시켜 배터리 안정성을 강화한 기술이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미국 ITC에 ‘ATL’을 SRS 특허침해로 제소하고 최근 라이선스 등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특허는 '양보다 질'이라고 맞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1991년 12월 범국가적 G7 과제 중 당시 유공연구소(울산소재)가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29년간 배터리 관련기술을 축적해왔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SK 측은 최첨단으로 불리는 'NCM811'(니켈 80%·코발트 10%·망간10%)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했다고 맞서고 있다. 니켈 비중이 높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항속거리가 늘어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승용차용 파우치 전지만, LG화학은 원통형/각형/파우치 세가지 방식으로 특허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소송명분 대립각…"정당한 국제소송" vs "중국 업체가 어부지리"

양사는 현재 소송 명분을 두고도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의 '묻지마식 소송'에 대응하느라 기회손실이 크다"며 "한국 기업 간 다툼으로 외국 회사만 이득을 보는 어부지리가 걱정된다"고 '국익훼손론'을 주장했다.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LG화학 배터리 [사진=LG화학]

독일 세계 완성차기업 폭스바겐이 최근 스웨덴 신생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부터 SK이노베이션과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정작 신생 기업이 선정되면서 일각에서는 'LG-SK' 소송전 리스크 회피를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측은 미국 현지 소송으로 매달 변호사 비용만 50억 원이 지출되고 있으며 연간 600억원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국 기업간의 분쟁은 자칫 중국과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조속한 협상을 주장했다.

반면, LG화학은 국익훼손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폭스바겐이 노스볼트와 합작을 추진하는 것은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생산 내재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소송을 제기해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LG화학은 "중국 업체의 약진 및 유럽의 배터리 내재화 등의 흐름 속에서 제품력, 기술력, 원가 경쟁력에서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며 "국내 기업 간 문제라고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지 말라면 누구도 먼저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LG-SK 배터리戰 ②] 반년간 계속된 분쟁, 3가지 핵심쟁점 짚어보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