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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놓지 못하는 이유


모든 직책 내놓고도 이사장직 유지…재편 후 영향력 간접행사 의지 시사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퇴진을 공언한 지 4개월이 돼 가지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재편될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할 가능성이 큰 곳으로, 박 전 회장이 그룹 영향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3월 말 그룹 회장직을 포함한 계열사 직책에서 모두 물러났지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영훈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영훈 기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77년 11월 말 과거 광주고속(현 금호고속)과 ㈜금호가 각각 1억원씩 출자해 세운 올해로 42년을 맞는 장학재단이다. 현재는 클래식 음악과 미술, 장학 분야를 지원하는 문화재단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박 전 회장은 형이자 선대회장인 고(故)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05년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그가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지 14년이 됐다. 이곳에는 그의 누나 박강자 금호미술관장이 부이사장으로 있다.

그는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한정의견과 이로 인해 불거진 유동성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을 내놓았다. 동시에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는 물론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다.

현재 박 전 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유일한 곳은 그룹 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뿐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가 이사장직을 내놓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유인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세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자산총액은 751억원이다. 이 중 투자한 주식자산은 70%가 넘는 542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금호고속(400억원)을 포함해 KDB생명보험(118억원), 서울신문(12억원) 등 주식을 다수 보유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함께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중심으로 새 판이 짜여 지게 된다.

새롭게 재편될 지배구조상 가장 중요한 곳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고속이다. 그런 금호고속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캐스팅 보트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다.

현재 금호고속 지분의 67.6%는 박 전 회장과 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박 전 회장(31.35%)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21.17%)에 이어 3대 주주(7.19%)다.

무엇보다 정관변경, 해산, 합병, 영업양도 등 주총 특별결의(참석주주 3분의 2이상, 전체주식 3분의 1 동의) 사항을 어떤 상황에서도 통과시킬 수 있는 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이외에도 항공 운송지원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케이에이(KA), 케이에프(KF), 케이오(KO), 케이알(KR) 등 4개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KA는 에이에이치(AH)와 에이큐(AQ), KO는 에이오(AO), KF는 에스티엠에의 100% 주주다. 모두 8개사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 8개사의 자산총액은 336억원이며 부채총액은 170억원이다. 매출은 1천175억원, 영업이익 46억원, 당기순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 재무상태도 탄탄하고, 적지만 알찬 수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들로 평가받을 만한 곳들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서 그룹 전체에 대한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데다 알짜 자회사를 지배하는 중간 지주사의 역할을 하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공익재단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계열사에 가깝다.

결국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새 출발을 할 금호그룹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박 전 회장은 향후 경영 복귀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를 갖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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