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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법] <3>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어라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중요한 건 당신이 누구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다"(It’s not what you are that count is, it’s what they think you are). 미국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매우 꼼꼼하게 챙겼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셀프브랜딩'(Self Branding)이다. 워홀만큼 '스스로 만든'(self-made) 위인도 드물다.

그는 자신의 이름부터 브랜드로 만들었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아버지 안드레이 바르홀라(Andrej Varchola)가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셋째 아들에게 붙여준 이름 앤드류 워홀라(Andrew Warhola)가 촌스럽다고 여겼을 것이다. 친근하고 미국스러워 보이는 이름 '앤디 워홀'(Andy Warhol)로 바꿔버렸다. 출신과 출생을 묻는 질문엔 알 듯 말 듯한 대답으로 둘러댔다. 신비주의 전략이다.

병약한 어린 시절, 구질구질한 질환을 여럿 앓은 후유증으로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다. 백반증으로 얼굴이 얼룩덜룩해지고, 코 주변이 딸기코로 벌게졌으며, 스무살이 넘으면서 머리숱이 비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못마땅한 사진을 놓고, 연필로 얼굴을 다듬고 코를 세우고 머리숱을 입히던 그는 마침내 가장 멋져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창조해냈다.

워홀이 못마땅한 자신의 사진(왼쪽)에 덧칠해서 멋지게 만든 여권 사진(오른쪽). [사진=앤디 워홀 박물관 인스타그램]
워홀이 못마땅한 자신의 사진(왼쪽)에 덧칠해서 멋지게 만든 여권 사진(오른쪽). [사진=앤디 워홀 박물관 인스타그램]

"나는 낮은 조명과 거울의 속임수를 믿습니다. 사람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조명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워홀은 다들 숨기려는 콤플렉스를 오히려 드러내는 전략을 썼다. 화장한 허연 얼굴과 성형한 코를 강조하기 위해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유별나 보이는 은회색 가발을 썼다. 머리카락이 쭈뼛 뻗치거나 두꺼운 선글라스를 쓴 괴상한 자화상도 사진을 조작하던 어릴 때 버릇이 발전한 것이다.

남달리 하얀 얼굴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터 검정 계열의 옷차림을 즐겨 입었다. 블랙진에 블랙 가죽재킷은 교복처럼 자주 입는 고유한 한 벌 스타일 '앤디 수트'(Andy Suit)다. '앤디 룩'(Andy Look)과 '앤디 수트'로 '완성품 앤디'를 조립해 가는 즐거움일까? 그는 자주 일기에 "나는 나 자신을 모아 붙였다"(I glued myself together)고 쓰곤 했다. 나날이 완성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만족감일 것이다.

홍보 매니저도 따로 두었다. 홍보의 초점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다. 자신의 생뚱맞은 행동과 발언을 언론에 이야깃거리로 풀었다.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사를 작품 소재로 하거나, 유명인사와 어울렸다. 언론이 자신에게 계속 관심을 갖도록 했다. 작품에 오줌을 누거나 총을 쏘게 하는 황당한 이벤트로 작품 가격을 천문학적인 숫자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4년 경매에서 3200만 달러(약 428억원)에 판매된 앤디 워홀의 작품 '자화상'. [사진=앤디 워홀 박물관 인스타그램]
지난 2014년 경매에서 3200만 달러(약 428억원)에 판매된 앤디 워홀의 작품 '자화상'. [사진=앤디 워홀 박물관 인스타그램]

가격이 치솟던 '완성품 앤디'가 총알 한 방으로 박살이 났다. 1968년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작가가 쏜 총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워홀은 큰 수술로 프랑켄슈타인처럼 온몸을 덕지덕지 기워붙인 흉터를 드러냈다.

'완성품 앤디'가 '조립품'이었다는 걸 스스로 밝히려 했을까? 짙은 선글라스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깊고 공허한 눈망울처럼, 기워붙인 가여운 몸뚱아리가 오히려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워홀의 가장 위대한 작품은 결국 자기 자신이 된 걸까? 그의 말이나 행동이 속속 브랜드가 됐다. '앤디워홀 다이어리'(Andy Warhol's Diaries) '앤디워홀 인덱스'(Andy Warhol's Index) '앤디워홀 TV' '앤디워홀의 15분'… . 마침내 대중문화를 타고 세속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리키는 '워홀리즘'(Warholism)과, 죽어서도 점점 유명해지는 '워홀효과'(Warhol Effect)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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