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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 반도체 '탈중국'?…일본만 어부지리


작년 對중국 반도체 수출 160억 달러 급감…전체 수출 감소액의 절반 넘어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국의 대중국 무역 수지가 수교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효자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표면적인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반도체 전쟁'의 한복판으로 한국이 끌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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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최근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 진단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180억 달러 적자로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중국 수출은 310억 달러가 줄었는데, 이중 반도체 수출 감소가 160억 달러였다. 이에 중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3.4%에서 29.0%로 1년 만에 4.4%포인트(p) 감소했다.

중국 내 국내 반도체 품목의 점유율도 낮아졌다. 반도체의 점유율은 24.9%로, 전년 대비 1.5%p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는 23.9%로, 같은 기간 3.2%p 줄었다. 특히 반도체 장비의 경우 중국이 지난해 수입을 늘렸지만, 한국 반도체 장비의 수출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일본과 대만은 중국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오히려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도 올해 글로벌 IT 수요가 회복되면서 대중국 수출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무협은 올해 중국의 IT 수요가 지난해보다 9.3% 증가해 글로벌 IT 수요 회복 속도(6.8%)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반도체 전쟁'의 소용돌이에 한국이 휘말려 드는 상황에 놓였다는 데 있다. 자칫 미국 눈치를 보다 한국 수출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가 설 자리를 잃고, 일본과 대만 등 경쟁국에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이 첨단반도체 기술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지난 16개월 동안 구형 반도체 증산을 위해 레거시(범용) 장비 구매를 늘렸다. 그러면서 중국은 실리콘 세척이나 절단 등에 사용되는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들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중국 의존도는 55.0%로 나타났다. 관련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온다는 의미로, 이들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1월 29.0%에서 2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효과는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일본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최근까지 2배 이상 급등했다. 도쿄일렉트론, 디스코 등 관련 장비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이 기간 약 3배 늘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서 일본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한국은 뒷걸음질 쳤다. '탈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한국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적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 등 동맹국과 '다자수출통제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생산 의존도가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40% 생산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 40%, 낸드 30% 등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국내 기업의 중국 반도체 공장을 대중 수출 규제 유예 대상으로 선정하며 간신히 일부 공급망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그러나 미국의 탈중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에 대한 투자와 운영은 더욱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현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들에도 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부가 국익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을 가까이 하고 중국과는 거리두기를 유지하기만 해서는 '실리'를 찾을 수 없다. 가깝다 여기는 미국도 반도체 산업에 있어 자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정책적 지원을 앞세운다. 일본과 대만도 한국과 같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지만,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한국이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일류 플레이어들을 보유한 한국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뛰는 건 선수다. 그러나 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전략과 전술을 짜는 건 감독과 코치 등 스태프들의 몫이다. 기업들이 잘하는 걸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탈중국'은 산업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전략이다. 그러나 외부의 압력에 의한 성급한 '탈중국' 일변도는 경계할 일이다. 기업들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 오는 걸 잘하면, 그 시장을 지키고 더 많이 벌 수 있게 하는 게 '실리'다. 기업들이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정부가 든든한 뒷배가 돼 줄 필요가 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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