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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송통신위원회와 단통법 '입법완박'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다음 각 호(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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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 제3조 및 제3조 제1항 제1호 발췌다.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 등을 이유로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해선 안된다는 법이 폐지되지 않은 채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에 일치하지 않는 내용으로 시행령·고시 개·제정에 나서 논란이다. 말그대로 '입법완박(입법부 권한 완전박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및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단통법 폐지 또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단통법 폐지 또는 개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에 방통위는 폐지 이전이라도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고, 관련 고시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3조 단서의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 및 이동통신사업자의 기대수익 등을 고려해 방통위가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통신사를 변경할 시 지원금 지급을 허용하는 전환지원금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하고 심의·의결했다는 데 문제 소지는 없다. 다만 방통위의 단통법 시행령 개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고시 제정의 경우, 모법인 단통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하위 법규는 법이 설정한 위임 범위 안에서만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 즉, 방통위 시행령은 위법적인 행정입법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금지한 단통법 제3조 제1항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제2항에 따른 위임명령의 범위를 완전히 일탈했다"고 지적했다. 모법을 배제하는 새로운 법 개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만큼 위법한 법규명령이라는 게 안 수석의 시각이다.

이러한 상황 속 방통위는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시 제정안을 의결한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이통사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 원까지 줄 수 있도록 하는 지급 기준(고시) 제정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의결 시 다음 날인 14일 관보에 게재되면서 효력이 발휘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회장 김형진)는 "과도한 번호이동 지원금으로 인해 알뜰폰 이용자의 이탈이 가속화돼 알뜰폰 사업자는 날벼락을 맞을 상황"이라며 충격을 완화하면서 MNO(통신사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제도 정립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시행령·고시 개·제정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때다. 전문가와 소비자·시민단체, 이해관계자,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거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앞서 의결된 시행령은 위법적 행정입법 소지가 있다는 꼬리표가 이미 붙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시행령 개정과 고시 제정이 끝난 이후인 오는 22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과 회동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고시 제정 전까지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간과했다는 꼬리표까지 더하진 말자.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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