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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대전시의원


시정연설, 월평산성 시문화재 지정해제, 도심 공원에 지하주차장 건설 등 주장

[아이뉴스24 강일 기자] 대전시정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는 대전시의원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산성(山城)을 시 문화재 지정에서 해제하고,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원을 개발해 지하주차장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게다가 학교 내 설치 된 수영장을 지역주민에 개방해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며 교육감에게 요구한다.

이를 두고 “대전시민의 편의와 시민재산권을 지키려는 참 의원”이라고 칭찬하는 대전시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일부 자신의 이권과 관련 있는 시민이라면 이에 맞짱구를 치며, 공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긍정적 상식을 갖고 미래의 정상적 사회를 염려하는 시민이라면 분개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대전시의원인 이한영 의원(국민의 힘. 서구6)은 1일 대전시의회 임시회 개회에서 크게 3개항의 시정 질문을 했다. 그는 우선 월평산성의 대전시 문화재 지정해제를 검토해 건축규제에 따른 지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에 대한 근거로 “월평동 산성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성벽이 유실돼 유적으로 큰 의미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전 둔산지구의 주차난을 거론하며 ‘둔산 도심의 허파’라고 시민들이 자랑스러워 했던 보라매 공원, 은평공원 내에 지하주차장을 설치하자“고 역설했다. 또 이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 하는 방안“이라는 취지로도 발언했다.

이 의원은 한 술 더 떠서 대전에 조성된 5개 학교 내 수영장 중 “지역주민에게 개방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며 원망의 목소리도 냈다. 서울과 달리 대전지역서 학교 내 수영장 시설 있는 5개 학교수영장은 지역주민들에게 단 한 곳도 개방하지 않았다면서 학교수영장 개방 요구와 함께 그 운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안은 “(수영장을 개방하려는)학교 측에 부담이 있다면 위탁 운영을 통해 위탁 사용료 수익 창출과 함께 전문적인 운영·관리를 도모하고, 생활체육의 활성화와 미래지향적인 스포츠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관련 답변을 보면, 월평산성의 시 문화재 지정취소에 대해선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지하주차장에 대해선 대체적 공감을 표하면서 과도한 사업비 등을 들어 장기적 도시계획을 설계할 뜻을 비쳤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교육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5개교 중 4개교에 대해선 불가, 1개교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과 교육감의 설명을 빌려 좀더 구체적으로 따져본다면, 월평산성은 백제시대에 축성된 대형유적으로 국가지정 사적 신청을 한만큼 보존가치가 높다. 시장이 대체적 공감을 나타낸 공원의 지하 주차장은 부분적 개발방안이 아니라 대전시 전체적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설동호 교육감의 답변은 초등생의 생존교육과 학생과 선수들의 훈련 등으로 연중 운영되어야 하며, 특히 교육적 관점에서 다뤄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이 의원의 시정질문은 자신이 속한 지역구민의 불편만을 바라보고 있는지 반추해 봐야 한다. 문화재 관리가 안된다고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자는 논리는 ‘빈대 잡으려 초가 삼간 다 태우는 것’과 다를게 없다. 도심에 왜 공원을 만들어 놨는지에 대한 고민도 우선해야 한다. 또 일반인이 편리하게 이용하자고 학생들의 수업권을 빼앗어선 더더욱 안된다.

‘지역구민’이나 ‘개발’이라는 ‘나무’만 보이고 ‘널리 보존해야 할 문화재’나 ‘나라의 미래인 학생의 수업권’인 ‘숲’을 보지 못하는 우려를 범해선 안될 듯싶다. 나무만 보고 숲을 못봐선 안된다는 의미다.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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