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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훈 멘토' 송병일 코치 "책임이 무겁죠"


오프시즌 친정팀 현대캐피탈 장신세터 프로젝트에 힘 보태는 중

[류한준기자] 국내 농구에서는 한때 장신 포인트가드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적이 있었다. 2m 가까운 신장에 포워드나 센터가 아닌 포인트가드로 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인 예가 낙생고-성균관대 출신 정훈이다. 하지만 그는 프로무대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정훈은 울산 모비스, 원주 동부, 전주 KCC,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를 거치는 '저니맨'이 됐고 지난 2011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농구만큼 신장이 중요한 배구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바로 장신 세터다. 세터가 맡는 역할은 농구에서 팀 공격의 출발점이 되는 포인트가드와 유사하다. 장신 세터의 등장은 배구계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품게 한다.

▲미완의 대기

현대캐피탈 송병일 코치도 현역 선수 시절 대표적인 장신 세터로 꼽혔다. 대전중앙고와 한양대를 거치며 196cm의 큰 키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5-0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로부터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아 V리그에 데뷔했다.

팀 주전 세터 권영민(현 KB손해보험)이 코트에서 빠질 때 그 자리를 대신하는 백업 역할이었지만 송 코치는 장신 세터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다. 당시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호철 감독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 나설 남자배구대표팀 수장도 겸했는데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송병일을 넣었다. 송 코치는 대표팀 선,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앞길이 순탄해 보였지만 송 코치도 이후 선수 생활에서 장신 세터로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이적이 계기가 될 수 있었고 의욕도 많았지만 결국 내 책임"이라고 했다. 우리캐피탈에서 주장을 맡기도 했지만 백업으로 머문 시간이 더 많았다.

그는 2014-15시즌 종료 후 은퇴를 결정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이 '함께 더 하자'고 설득했지만 송 코치의 결심은 단단했다. 그는 "선수로 더 이상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김상우 감독님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송병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최 감독과 송 코치는 한양대 선후배 사이다. 둘은 잠깐이었지만 현대캐피탈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도 있다. 최 감독이 자유계약(FA)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했을 때인 2010년 7월이다. 송 코치는 얼마 뒤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을 떠났다.

▲제2의 배구인생, 지도자

최 감독이 송병일을 코치로 영입한 건 세터 조련 때문이다. 현역선수 시절 국가대표팀 뿐 아니라 삼성화재와 현대케피탈에서 명 세터로 이름을 날린 최 감독이지만 한 팀의 수장이 됐기에 노재욱, 이승원 등 팀내 세터들에 대한 집중 지도에는 손이 많이 가는 한편 시간도 많이 들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해졌다. 레프트 한정훈을 세터로 바꾸는 일이다. 한정훈은 키가 197cm다.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다면 장신 세터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자신이 선수시절 장신 세터로 주목을 받았던 송 코치가 누구보다 한정훈을 지도하기에는 딱 들어맞았다.

송 코치는 "최 감독께서 (한)정훈이를 지켜보고 포지션 변경을 얘기했다"며 "정훈이도 이를 받아들였는데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평소 토스 스피드나 손 모양이 괜찮았다. 기존 세터들과 견줘도 이 두 가지 부분에서는 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신 세터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나도 정훈이에게 애착이 가고 관심이 많다"고 웃었다. 오프시즌이지만 한정훈과 함께 선수단 전용 체육관과 숙소가 있는 '캐슬 오브 스키워커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누구보다 많다. 최 감독도 "송 코치가 코칭스태프 중에서 천안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많다"고 말하며 웃었다.

송 코치는 한정훈의 움직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몸에 익은 레프트로서 동작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첫 발을 내디딜 때 오른손잡이 공격수는 보통 오른발을 먼저 딛는다. 세터는 반대다. 왼발이 먼저 나간다. 왼손잡이 스텝이어야 한다. 농구에서 3점슛을 던지기 전 발을 딛는 동작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 코치는 "정훈이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며 "책임이 무겁긴 하지만 나 또한 재미가 있고 벌써부터 다가올 2016-17시즌이 기다려진다"고 기대했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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