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세돌 이긴 '한돌'…알파고와 어떻게 다를까


'앙상블 추론'으로 학습 속도 끌어 올려…3국 승패 관심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 상대자로 지목돼 현재까지 1대1 동률을 기록 중인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HANDOL)'이 이목을 끌고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대1 승리를 거둔 구글의 '알파고(AlphaGo)'와 어떻게 다른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돌은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 중인 NHN(대표 정우진)의 기술연구센터(센터장 박근한) 산하 게임 AI팀이 2017년 초부터 개발을 시작한 AI다.

회사 측은 이후 10개월간의 기간을 거쳐 인간의 기보를 기반으로 한 '한돌' 1.0을 2017년 12월 출시했으며 이후 인간 기보 없이 자가 대국으로 기력을 향상시킨 2.0 버전을, 다시 자가 대국 속도를 보다 빠르게 한 3.0버전을 선보였다. 2.0은 1.0과 비교해 90% 이상의 승률을, 3.0은 2.0보다 90% 이상 승률을 기록했다는 게 NHN의 설명이다. 이세돌 은퇴 기념 대국에 나선 한돌은 최신 버전인 3.0이다.

 [사진=NHN]
[사진=NHN]

한돌 역시 알파고처럼 딥러닝과 MCTS(Monte Carlo Tree Search)를 기반으로 한다. MCTS란 바둑이나 장기 등에서 내 차례 때 제일 좋은 수, 상대 턴에서 상대가 제일 좋은 수를 번갈아 가면서 시뮬레이션해 좋은 수를 찾는 방법을 뜻한다. 한돌이나 알파고 모두 대국 시 이길 수 있는 다음 수를 예측한다는 의미다.

한돌은 여기서 나아가 '앙상블 추론(Ensemble Inference)' 분석을 더했다. 한돌 3.0에 도입된 앙상블 추론은 똑똑한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 가장 좋은 수를 찾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한돌 내에서 높은 승률을 올린 AI 주체들끼리 다음 수를 토론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습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MCTS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AI 중 프로기사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준 건 알파고가 처음"이라며 "앙상블 추론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한 점이 한돌이 알파고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돌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돌 3.0은 프로기사들의 기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엘로레이팅' 기준 4천500점을 넘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16년 이세돌과 대국한 '알파고 리', 2017년 커제와 대결했던 '알파고 마스터'보다 높은 기력이다. 최정상권인 신진서, 박정환, 커제 등 인긴 프로기사는 현재 3천600점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사 측은 "한돌은 알파고 리(2016년 이세돌과 대국한 알파고 버전)는 넘어섰고 알파고 제로(2017년 10월 공개)나 알파 제로(2018년 12월 공개) 사이가 아닐까 한다"고 추정했다.

한돌은 올해 8월 20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 참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중국의 '절예', '골락시'에 이어 3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AI 바둑 분야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바둑 AI '한돌'의 엘로레이팅 지표. [사진=NHN]
바둑 AI '한돌'의 엘로레이팅 지표. [사진=NHN]

전 세계 주요 바둑 AI 현황. [자료=NHN]
전 세계 주요 바둑 AI 현황. [자료=NHN]

이렇듯 막강한 전력을 갖춘 한돌이 1국서 이세돌에게 패배한 건 학습 시간 부족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8일 진행된 1국은 이세돌 9단이 두 돌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는데, 대국 준비 기간이었던 2~3달은 2점 접바둑을 충분히 학습하기에 부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돌은 그동안 호선을 중심으로 기력을 향상시켜왔다.

이세돌 9단도 "절예나 골락시에게는 (2점 접바둑도)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돌은 아직 접바둑에서는 완성이 덜 됐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호선으로 진행된 2국은 한돌이 이세돌을 압도했다. 판세를 이끌어가던 이세돌은 1차 접전이라 할 수 있는 좌상귀에서 흑 넉점을 버리면서 승률 10% 이하로 하락했다. 필사적으로 비틀고 변화를 구하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조인선 바둑 국가대표팀 코치는 "바둑 AI를 토끼(AI)와 거북이(인간)로 비유하자면 저만치 달려 나간 토끼가 결승선 앞에서 골인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다"며 "차이는 점차 좁혀지지만 승률은 좁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효정 프로 역시 "바둑 AI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양보는 할 수 있어도 절대 이기고 지는 승패는 바뀌지 않는 선에서 맞춰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는 21일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진행되는 3국은 1국과 마찬가지로 이세돌 9단이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이뤄진다. '신의한수' 78수로 1국을 이긴 이세돌 9단의 묘수가 3국에서도 통할지, 혹은 자가 학습을 통해 2점 접바둑 실력을 향상시킨 한돌의 승리로 끝날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세돌 vs 한돌 2국 기보. [사진=NHN]
이세돌 vs 한돌 2국 기보. [사진=NHN]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세돌 이긴 '한돌'…알파고와 어떻게 다를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